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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아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떠돌이스머프 2023. 11. 1. 15:04

 

아래아 한글이라는 워드프로그램 기억하시죠? 아래한글로 아시는 분들이 더 많겠습니다만,

이건 훈민정음이 창제될 당시 중요 모음이었으나 근현대 우리말에서 발음이 없어지다시피하여

오늘날 표준어 표기법에서는 없어진 글자입니다.

자세히 정리해 놓았으니 우리말 역사 공부 한 토막 하고 가세요.

 

아래아 표기로 적은 현대음의 `한`

1. 아래아의 개요

2. 명칭의 유래

3. 추정된 발음 및 소멸과정

4. 제주어에서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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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래아의 개요

ㆍ는 한글에서 모음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로, 한국어의 단모음을 표현합니다.

15세기에 한글이 창제되었을 때, ㆍ는 단모음 체계의 명확한 구성 요소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고,

훈민정음에서도 창제 원리에 핵심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16세기와 18세기 두 번에 걸쳐 그 음가가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표기상에서만 존재했으며, 20세기에 폐지되어 대부분 'ㅏ'나 'ㅡ'로 표기가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제주어의 모음 표기에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2. 명칭의 유래

'아래아'라는 이름은 현재 ㆍ의 발음이 ㅏ와 동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래'를 붙여 부르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없었다면, 다른 모음들처럼 발음 자체가 이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래'를 붙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두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글 반절표에서 ㆍ행이 가장 하단에 위치하여 '아래아'라고 불렸다는 추측이고,

두 번째는 ㅏ는 초성의 오른쪽에 붙는 반면에 ㆍ는 초성의 하단에 붙기 때문에 '아래아'라고 불렸다는 추측입니다.

'아래아'와 대응되는 개념으로 ㅏ를 '위아'라고 일컫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때로 사잇소리를 넣어 '윗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3. 발음

1) 발음의 추정

추정된 바에 따르면, 현대 국어의 'ㅓ[ʌ]' 발음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 국어의 'ㅓ' 소리는 순수한 [ʌ]보다 약간 원순화된 [ʌ̹]이기 때문에,

중세 국어의 'ㆍ'가 [ʌ]였다면 현대 국어의 'ㅓ'보다 입술을 조금 더 펴야 합니다.

아직까지 중세 한국어에서 'ㆍ' 발음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어 계속해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정한 추정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혀가 오그라진 정도를 첫 번째 기준으로 두고 모음을 설명하는데,

'ㆍ'는 혀가 오그라져 소리가 깊다(舌縮而聲深)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ㆍ는 舌縮, ㅡ는 舌小縮, ㅣ는 舌不縮이라고 표현됩니다.

따라서 'ㆍ'는 모음 중에서는 혀가 가장 깊게 뒤로 당겨진 소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ㆍ'를 기준으로 ㅏ와 ㅗ는 'ㆍ'에서 구장/구축(口張/口蹙)이라고 설명되어 있어 참고가 필요합니다.

즉, 'ㆍ'는 ㅏ, ㅗ와 유사한 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중세 국어의 /ㆍ/ 발음은 현대 국어의 /ㅓ/[ʌ]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중세 국어의 /ㅓ/는 [ʌ]보다 혀가 덜 오그라진 [ə]로 추정됩니다.

 

간단히 말해, 'ㆍ'의 음가가 /ㅓ/로 넘어간 것입니다.

이러한 모음 이동 및 소실로 인해 다른 모음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모음추이'라고 합니다.

해당 설명에서 'ㆍ'의 음가에 대한 복잡한 과정을 15세기 이전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소멸

'사람'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첫 음절 '사'의 'ㅏ'는 입을 더 벌려 발음하고,

두 번째 음절 '람'의 'ㅏ'는 입을 덜 벌려 발음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차이는 다소 의문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사람'은 [사ː람]과 같이 첫 음절이 장음으로 발음되는 단어이므로,

장단음에 따른 개구도 차이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차이가 있다 해도 한국어 사용자는 두 발음을 동일한 /ㅏ/ 음운으로 인식하므로,

결국 의미 없는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이라는 단어에서 앞뒤 'ㅏ'의 개구도를 변경하여 발음해도, '사람'이라는 단어의 뜻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의미 구별이 불가능한 점에서 이미 음운적인 특성이 부족하며,

별도의 문자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제주어에서의 흔적

제주어는 표준어와 가장 차이가 큰 방언이지만,

한국어의 다양한 방언 중에서만 /ㆍ/가 [ɒ][9]이라는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발음은 ㅏ보다 혀를 조금 더 아래로 내리고, 그 상태에서 뒤쪽으로 당기고,

입술을 약간 원형으로 하여 발음하는 후설 원순 저모음입니다.

 

예를 들어, '혼저옵서예'라고 표기되는 제주어 'ᄒᆞᆫ저옵서예'의 경우,

'혼'의 입모양으로 혀를 더 아래로 내리고 '헌'을 발음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중세 국어의 /ㅓ/[ə]가 현대 국어의 /ㅓ/[ʌ]로 저설화된 것을 고려하면,

/ㆍ/ 역시 [ʌ]에서 [ɒ]로 저설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ə]>[ʌ]"과는 다르게 "[ʌ]>[ɒ]" 과정에서는 평순 모음이 원순 모음화되는 특성이 독특하게 여겨집니다.